한국 사회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민감하도록 가르쳤고, 나는 그것이 내 생각인 양 성실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맞추면서 다수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동안 정작 ‘나’는 점점 위축되고 있었다. 우리는 내가 한 작은 성취를 충분히 자랑하거나 축하하기도 전에 다음 목표를 세우고, 까마득한 결승점 앞에서 다시 작아지는 경험을 너무 오랫동안 되풀이한 것 같다. 나를 자랑하는 게, 스스로 대단하다고 여기는 게 부끄러운 일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나는 늘 결승점 앞에서 ‘좀 더 열심히 해야 할’ 존재다. 비극은, 그 결승점을 내가 정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를 억압하던 시선으로 똑같이 타인을 바라보고 평가하고 억압하면서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살아왔던 게 아닐까. 우리가 성실함의 기준을 높게 정해 놓고 북한 이주민에게 요구하면서 비난하는 순간, 우리 자신도 그 굴레 안에 더 깊숙이 속박되는 것은 아닐까? 한국 사회에서는 아무도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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