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라는 특정 호명은 결혼이주 여성과 아이들을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존재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제1세계 안의 제3세계’처럼 한국사회 내부 인종적 계층적 위계화를 구성하는 데 이용된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열망을 가진 이주자를 영구적인 사회적 소수자로 동질화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문화적 세뇌’라는 지배체제를 통해 보편적 가치(인권 평등 민주 개별성)를 하찮은 것으로 만들고, 냉전 이데올로기 공포와 글로벌 ‘대한민국’이라는 축제적 요소를 끼워놓는다. 삶의 확실성과 안정성에 대한 갈망은 대다수 한국인을 익숙하고 전형적인 ‘자민족 중심주의’로 회귀하게 한다. 국가 문화 이데올로기로 변질된 ‘다문화 담론’은 이주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선주민 우월의식을 고양하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우월의식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이주자를 시혜 또는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한다.